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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과 비움의 건축적 의미 – 동서양의 시선에서 본 공간 미학 여백이 말해주는 건축의 또 다른 언어 건축은 단순히 벽과 기둥, 지붕으로 공간을 채워 넣는 행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무엇을 채우지 않고 남겨두는가가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여백의 미(餘白의 美)라는 개념이 예술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왔습니다. 그림과 서예에서 비움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통로였고, 정원이나 건축 공간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기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서양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존재할까요? 서양에서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나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라는 용어로 비움과 여백을 강조해 왔습니다. 물론 문화적 배경과 철학적 뿌리는 다르지만, 인간이 공간에서 느끼는 감각과 심리적 울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지점으로.. 2025. 9. 18.
세계건축사9. 브루탈리즘 건축 - 거친 콘크리트 속에 숨겨진 건축의 철학 시대를 비추는 건축의 거울 건축은 단순한 건물의 외피가 아니라, 시대의 정신과 사회적 가치가 투영된 상징적 산물입니다.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브루탈리즘 건축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는 단어는 종종 ‘거칠다’라는 의미로 오해받지만, 사실 그 어원은 프랑스어 béton brut(노출 콘크리트, 다듬지 않은 콘크리트)에서 유래했습니다. 즉, 브루탈리즘은 재료 본연의 질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데서 출발한 건축 양식입니다. 이 양식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전후 사회의 현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전쟁 직후의 도시들은 빠른 재건이 필요했고, 장식적인 건축보다는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건축이 우선시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브루탈리즘은 그 시대의 긴박한 .. 2025. 9. 17.
건축가 시리즈 7. 장 누벨 – 빛과 맥락을 설계하는 건축가 도시와 시대를 해석하는 건축가 현대 건축을 이야기할 때 프랑스 출신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 1945~ )은 반드시 언급되는 이름입니다. 그는 단순히 눈길을 끄는 형태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건물이 놓이는 장소와 시대를 해석하고 이를 건축 언어로 표현하는 철학적 건축가로 평가받습니다. 1987년 파리의 아랍 세계 연구소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루브르 아부다비, 아그바 타워 등 여러 상징적인 건축물을 통해 도시와 문화를 해석하는 방식을 선보였습니다. 그의 건축은 “한 번뿐인 해석”이라는 원칙에 따라, 장소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맥락과 빛, 그리고 도시적 공공성을 중시합니다. 2008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을 .. 2025. 9. 17.
동양건축사9. 한옥의 공간 구성과 철학 – 자연과 조화를 담은 한국 전통 건축 삶과 자연을 잇는 집, 한옥의 의미 한옥은 단순히 머무는 집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의 방식과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낸 건축물입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사람과 환경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건축적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한옥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한옥은 지속 가능한 건축의 원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공간 철학의 차원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옥의 공간구성과 그 안에 담긴 철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배치와 자연관 – 배산임수의 지혜 한옥의 공간은 터를 고르는 순간부터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시합니다. 전통적으로 한옥은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원칙에 따라 뒤에는 산을 두고 앞에는 물을 마주하도록 배치했습니다. 이러한 배치는 집터의 안정성과 생기를 동.. 2025. 9. 15.
세계건축사8. 모더니즘 건축, 기능과 합리성으로 완성된 20세기 공간의 미학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태어난 건축의 새로운 흐름 건축은 단순히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와 문화, 기술의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예술이자 과학입니다. 특히 20세기 초반 산업혁명 이후의 급격한 변화는 건축에도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철강, 유리, 콘크리트와 같은 새로운 재료와 건축 기술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장식 중심의 양식은 점차 힘을 잃고 ‘기능적이고 합리적인 공간’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조가 태어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모더니즘 건축(Modernism Architecture)입니다. 모더니즘 건축은 단순히 외형의 변화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생활 방식과 사회 구조에 깊은 영향을 미친 건축 사조입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 2025. 9. 15.
동서양 건축 지붕 비교: 구조와 철학의 차이를 읽다 지붕에 담긴 문화와 사상의 차이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덮는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그 사회의 기술 수준과 미적 감각, 그리고 삶의 철학을 반영하는 예술입니다. 그중에서도 지붕은 건축 양식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요소입니다. 지붕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실내를 보호하는 1차적 기능을 넘어, 그 사회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과 구조 기술의 발달, 그리고 미학적 가치관까지 담아내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동양과 서양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환경적 조건 속에서 독자적인 지붕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동양의 지붕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곡선을 강조하는 특징을 보였고, 서양의 지붕은 구조적 합리성과 기능적 효율성을 중시하며 직선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동서양 지붕의 구조적 .. 2025.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