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를 설계하는 집, 새로운 주거의 기준
21세기 건축의 화두는 ‘지속가능성’입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며, 인간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건축을 실현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와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입니다. 두 방식 모두 에너지 효율과 쾌적한 실내 환경을 목표로 하지만,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 절약형 건축’, 즉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구조적 설계에 집중하고, 액티브 하우스는 ‘에너지 생산형 건축’, 즉 건물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능동적 시스템에 초점을 둡니다.
이 글에서는 두 개념의 원리, 설계 특징,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비교하며, 앞으로의 주거 패러다임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패시브 하우스 – 에너지를 ‘덜 쓰는’ 집
패시브 하우스는 독일에서 시작된 고효율 건축 인증 제도입니다. 1991년 독일 다름슈타트의 ‘패시브 하우스 연구소(Passivhaus Institut)’가 제정했으며, 난방 에너지 요구량을 연간 15 kWh/㎡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일반 주택 대비 약 80~90%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입니다.
핵심은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설계’입니다. 외벽, 창문, 지붕, 바닥 등 외피를 고성능 단열재로 감싸고, 기밀성을 극대화해 외부 공기 침입을 막습니다. 3중 유리창과 열교차 차단 기술을 적용해 내부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합니다. 또한 열회수 환기장치(Heat Recovery Ventilation, HRV)를 통해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면서도 배출되는 공기의 열을 다시 회수해 난방 효율을 높입니다.
이러한 설계는 태양의 복사열을 최대한 활용하고, 남향 배치·창 면적 비율·차양 계획 등 수동적 요소에 의존합니다. 예컨대 겨울에는 태양열을 받아들이고 여름에는 차단하는 식의 ‘수동적’ 기후 대응이 특징입니다.
대표 사례로는 독일의 다름슈타트 패시브 하우스, 오스트리아의 보건건축 ‘Gmunden House’, 그리고 한국의 세종시 패시브 공공건축물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냉난방비가 극단적으로 낮고, 실내 온도 변화가 적어 에너지 절감과 거주 쾌적성의 균형을 이룬 건축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액티브 하우스 – 에너지를 ‘만드는’ 집
액티브 하우스는 덴마크를 중심으로 발전한 개념으로, 패시브 하우스보다 한 단계 진보된 친환경 주거 방식입니다. 2010년 ‘액티브 하우스 얼라이언스(Active House Alliance)’가 출범하며, “건물은 단지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며 삶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 주택의 핵심은 ‘에너지 순생산(Energy Positive)’입니다.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소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스마트 센서, 자동 제어 시스템, 고성능 창호, 자연 환기 설비 등이 통합되어, 실시간으로 실내 온도·습도·조도를 조절합니다.
패시브 하우스가 ‘절약’ 중심이라면, 액티브 하우스는 ‘창출’ 중심입니다. 건물 외피뿐 아니라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발전소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액티브 하우스 B10’은 태양광 패널을 통해 주택이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남는 전력을 전기차 충전이나 지역 전력망에 공급합니다. 또한 실내에는 센서가 설치되어 사람의 움직임, 조도, 공기 질에 따라 자동으로 창문 개폐나 조명을 제어합니다.
즉, 액티브 하우스는 기술 기반의 지능형 건축이며, 거주자의 건강과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실현하는 미래형 주택으로 평가받습니다.

두 방식의 비교 – 철학과 기술의 차이
패시브 하우스와 액티브 하우스는 모두 친환경을 지향하지만, 철학적 관점과 기술적 접근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 구분 | 패시브 하우스 | 액티브 하우스 |
| 핵심 개념 | 에너지 절약(저소비) | 에너지 자립(생산) |
| 주요 전략 | 단열,기밀,태양열 이용 등 수동적 설계 | 태양광, 지열, 자동제어 등 능동적 시스템 |
| 기술 의존도 | 낮음(건축물 물리적 성능 중심) | 높음(IoT, 스마트 제어 중심) |
| 대표 지역 | 독일, 오스트리아, 한국 공공건축 | 덴마크, 네덜란드, 북유럽 주택 |
| 에너지 흐름 | 외부에너지 유입 최소화 | 내부에서 에너지 생산 |
| 유지 관리비 | 낮음 | 초기비용 높지만 장기 절감 기능 |
| 건축 철학 | 절제와 효율의 건축 | 순환과 생태의 건축 |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를 절약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최소주의 건축’이라면, 액티브 하우스는 ‘기술을 활용해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증진하게 시키는 통합적 건축’입니다.
결국 두 방식은 상호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라, 패시브 설계에 액티브 기술을 더한 ‘하이브리드 친환경 건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과 한국에서는 패시브 기준을 충족하면서 태양광 설비나 스마트 환기 시스템을 더한 복합형 주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적용과 과제
한국은 2010년대 이후 ‘제로에너지빌딩(ZEB)’ 정책을 추진하면서 패시브·액티브 요소를 결합한 건축을 확산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부터 공공건축물에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패시브 하우스 기술(고단열, 고기밀)과 액티브 시스템(태양광, BEMS)을 병행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 과제도 존재합니다. 첫째, 초기 건축비가 높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재·3중 유리창 등 자재비가, 액티브 하우스는 설비비와 유지보수비가 부담됩니다. 둘째, 국내 기후와 주거 문화에 맞는 표준화된 설계 지침이 부족합니다. 서유럽과 달리 여름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는 단열과 환기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셋째, 사용자 인식이 아직 낮아, 장기적인 에너지 절감보다 단기 비용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세종시 정부청사, 서울시 패시브하우스 시범단지, LH 제로에너지 시범주택 등은 점차 확산의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는 2030년까지 모든 신축 건축물의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패시브와 액티브 개념은 향후 주택 시장의 필수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절약과 생산, 두 축이 만드는 미래의 집
패시브 하우스와 액티브 하우스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같습니다. 바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건축의 책임입니다. 패시브 하우스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여 자연과 공존하려는 ‘절제의 미학’을 보여주며, 액티브 하우스는 기술을 통해 자연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생산의 미학’을 실현합니다.
앞으로의 주거는 이 둘의 조화 속에서 진화할 것입니다. 단열과 기밀, 태양광과 자동제어, 자연환기와 스마트센서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된 집. 이러한 하이브리드 친환경 주택이야말로 인류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새로운 건축 표준이 될 것입니다.
건축은 더 이상 단순한 거주의 공간을 넘어,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설계하는 과학이자 철학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패시브 하우스와 액티브 하우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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