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백이 말해주는 건축의 또 다른 언어 건축은 단순히 벽과 기둥, 지붕으로 공간을 채워 넣는 행위가 아닙니다. 오히려 무엇을 채우지 않고 남겨두는가가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여백의 미(餘白의 美)라는 개념이 예술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왔습니다. 그림과 서예에서 비움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통로였고, 정원이나 건축 공간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기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서양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존재할까요? 서양에서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나 ‘네거티브 스페이스(Negative Space)’라는 용어로 비움과 여백을 강조해 왔습니다. 물론 문화적 배경과 철학적 뿌리는 다르지만, 인간이 공간에서 느끼는 감각과 심리적 울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지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