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서양건축사 2. 로마 제국의 건축 - 아치와 돔의 탄생

kkhin5124 2025. 8. 30. 13:41

로마 건축이 남긴 위대한 유산 - 아치와 돔

 

인류 역사에서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문명과 사회의 성격을 드러내는 중요한 증거로 남아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신전, 그리고 로마 제국의 웅장한 건축물들은 각 문명의 정신과 기술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로마 건축은 ‘실용성과 혁신성의 결합’이라는 특징으로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로마인들은 건축 재료와 기술을 발전시켜 아치(arch)와 돔(dome)이라는 획기적인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이 두 요소는 단순히 건축 양식의 변화가 아니라, 공간을 다루는 방식 자체를 혁신한 발명이었습니다. 오늘날 유럽의 대성당, 이슬람의 모스크, 현대의 경기장과 대형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로마의 아치와 돔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로마 제국에서 아치와 돔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건축적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왜 지금까지도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받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건축
콜로세움

아치 구조의 탄생과 발전

 

아치는 건축에서 하중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구조입니다. 이전의 고대 건축은 대부분 수직 기둥과 수평 보를 사용한 ‘포스트 앤 린텔(Post-and-Lintel)’ 방식(두 개의 수직 기둥 위에 수평의 보를 얹어 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넓은 공간을 덮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로마인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치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아치는 양쪽에서 가해지는 힘을 중앙의 돌인 ‘개석(keystone)’에 모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이 덕분에 로마 건축은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공간을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콜로세움(Colosseum)을 들 수 있습니다. 원형 경기장은 수만 명의 관중을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수많은 아치가 층층이 반복되어 건축되었습니다. 아치 구조 덕분에 건물은 무게를 분산시키며, 동시에 통로와 창문 같은 개방 공간을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아치는 또한 수도교(aqueduct) 건축에서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로마의 수도교는 멀리 떨어진 산에서 도시로 물을 끌어오기 위해 건설되었는데, 길고 무거운 수로를 지탱하기 위해 수많은 아치 구조가 사용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남부에 남아 있는 가르 수도교(Pont du Gard)가 있습니다. 이처럼 아치는 단순한 건축 기술을 넘어, 로마인의 도시 생활을 지탱하는 핵심 도구였습니다.

 

건축
판테온 돔

돔 구조의 혁신과 의미

 

아치가 수평적으로 발전한 구조라면, 돔은 이를 수직으로 확장한 형태입니다. 돔은 수많은 아치를 원형으로 배열하여 만든 곡면 구조로, 하중을 전체적으로 분산시켜 거대한 내부 공간을 가능하게 합니다.

 

로마 건축에서 가장 유명한 돔은 단연 판테온(Pantheon)입니다. 기원후 2세기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기에 재건된 판테온은 직경 약 4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돔을 갖추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고대 건축물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판테온의 돔은 단순한 구조적 성취를 넘어 상징적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돔 중앙의 원형 개구부인 오쿨루스(Oculus)는 하늘과 신을 연결하는 창구로 이해되었으며, 이는 로마 건축이 단순한 실용성만 아니라 종교적·철학적 차원까지 담아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마인들은 돔을 건축할 때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재료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특히 판테온 돔은 위로 갈수록 가벼운 자갈과 화산재를 섞어 무게를 줄였는데, 이는 오늘날의 구조 공학적 사고와도 연결됩니다. 로마의 돔은 이후 비잔틴 제국의 성당, 이슬람의 모스크, 르네상스 시대의 성 베드로 대성당 돔에 이르기까지 건축사의 중요한 흐름을 열었습니다.

 

아치와 돔이 남긴 건축적 유산

 

로마의 아치와 돔은 단순히 고대 건축물에 머무르지 않고, 후대의 건축 전통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세 유럽의 고딕 건축에서 사용된 첨두아치(Pointed Arch) 역시 로마 아치 구조의 원리를 바탕으로 발전했습니다. 돔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건축에서 중심 요소로 자리 잡으며, 웅장함과 신성함을 표현하는 핵심 도구가 되었습니다.

 

현대 건축에서도 로마의 원리는 여전히 적용됩니다. 대형 경기장, 박물관, 공연장은 아치형 지붕이나 돔 구조를 통해 넓고 개방적인 공간을 구현합니다. 심지어 현대 토목 공학에서도 교량과 터널을 설계할 때 로마 아치 구조의 원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아치와 돔은 단순히 로마 시대의 유산이 아니라, 건축학의 기본 원리로 자리매김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로마 건축의 영원한 영향력

 

로마 제국의 건축은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잘 알려졌지만, 그 본질은 기술적 혁신과 실용성에 있습니다. 아치와 돔의 발명은 건축 구조를 혁신했을 뿐 아니라, 인류가 공간을 인식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돔 경기장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아치형 교량을 건너며, 고대 로마의 건축적 유산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로마 건축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살아 있는 유산임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로마 제국의 아치와 돔은 단순한 건축 기술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지속적인 진보를 이끈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축학을 공부하거나 관심을 가진다면, 로마 건축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역사 공부를 넘어 건축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